이 글을 보러 들어온 당신은 필시 퀀트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혹은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선 퀀트에 입문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을 간단히 설명할 것이다.
퀀트란 무엇인가?
퀀트는 Quantitative trading(혹은 Algorithmic trading)의 약자로,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증권의 매매가 결정되는 거래 전략이다. “평균에서 x만큼 오르면 사고, y만큼 오르면 판다” 는 전략을 세워서 돌리는 것 역시 퀀트 투자의 간단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미 세상의 많은 자본이 이 퀀트에 의해 사고팔리고 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80% 이상의 거래량이 이에 의해 거래된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이걸 누가 하는걸까? 거대 기업의 투자 전문가? 아니면 개인 거래자?
정답은 ‘둘 다’이다. 처음에 퀀트 투자는 전문 투자자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지만, 바야흐로 지금은 누구나 컴퓨터, 금융 지식을 통해 누구나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 혹은 서점 등지에서 퀀트에 관한 책들이 생겨나고, 이에 대해 강의하는 사람들 역시 생겨나고 있다. 이 현상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갈린다.
- 부정적인 시각 : 저저저 저거봐라 저거. 무릇 주식이란 가치를 보고 사는 것이지. 떼잉. 저런 걸 하니까 망하는거여.
- 긍정적인 시각 : 오 쩌는데? 나도 해봐야지.
첫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 글을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두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 글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 글에서 설명하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실제로 퀀트에 입문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실제로 하게 되는 사람”과 “포기하는 사람”이다.
퀀트라는 건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반대로 아예 노베이스(no-base)에서 시작해서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것또한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이미 이걸로 떼돈을 번 사람이 차고 넘쳐야 할 것이다.
여기에선 퀀트에 입문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사전 지식들(prerequisite)을 간단하게 소개할 것이며, 이 글을 보고 나면 자신이 이걸 당장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식 1. 금융 시장
첫 번째로, 금융 시장에 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한다. 사실 당연하다
매수/매도, 롱/숏 포지션, 레버리지, 선물과 ETF, 시가와 종가, 호가, 인덱스 등의 단어를 봤을 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쉬운가? 참고로 필자는 저걸 다 알지는 못했다. 그냥 주식 앱 들어가서 무언가를 사고 팔아본 적은 있지만, 일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단어들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알파벳을 모르면 영어를 시작할 수 없듯, 각종 용어와 그에 관한 지식을 습득해두는 건 필수 요건이다.
만약 내가 개인 투자자로서 입문하겠다면 엄청나게 빠삭하게 알 필요는 없다. (반면 관련 업계에 종사할 것이라면 더 많이 알아야 할 것이다.) 그냥 사용되는 용어에 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우선 3가지 지식 중 하나는 채워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식 2. 통계학 및 수학
이건 앞선 주식 시장에 관한 이해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다.
학문의 수준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진입장벽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학이라는 과목은 수험생들에게 있어 기피과목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퀀트를 하는 데 있어 수학, 통계학에 친숙한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박사급의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그들의 지식과 연구경험을 기반으로 퀀트 업계에 종사해있다. 이는 실제로 해당 지식과 경험이 업계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Q. 그럼 얼마나 잘 해야 하냐?
아니 그럼 퀀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운 공부를 무지막지하게 해야 한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엄청나게 어려운 수준의 background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우리의 유일한 목적은 “장기적인 큰 수익”이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알 바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쓰이는 통계나 수학 이론이 있다. 이를테면 당신은 time series로 이루어진 어떤 데이터에서 time average와 ensemble average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 편차 역시 구할 수 있어야 하고, 월간 수익을 연간 수익으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한다.
머신러닝과 같은 AI를 이용한 전략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더더욱 중요해진다. 당신은 어떤 model을 test하기 위한 방법론을 알고있어야 하고, 그것을 최적화하기 위한 이론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을수록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최소한의 조건”을 말하고자 한다. 당신은 전문가 수준의 통계학 혹은 수학 지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개념(평균, 표준편차 등)들을 볼 때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 개념을 이용해서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숫자들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된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최소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학부 수준의 통계 이론을 배웠다면 위의 말들이 다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럼 그냥 시작하면 된다. 적어도 통계나 수학에 있어서는 지식의 부족으로 절망할 일은 없을 것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일단 시작한 뒤 공부하면서 채워나가면 된다.
이미 우리는 지식의 저주에 사로잡혀있다. 무언가를 알아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 나머지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파다하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지식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시작하는 게 좋겠다.
지식 3. 프로그래밍 및 데이터 분석
퀀트 투자는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코드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래밍 지식 역시 필수적이다.
흔히 쓰이는 언어는 Python, R, C++가 있다. 당신이 익숙하다면 Excel이나 MATLAB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는 파이썬이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증권 API는 키움증권에서 제공되는 openAPI이고, 파이썬과의 연계가 훌륭하기 때문에 파이썬을 추천한다. 꼭 파이썬일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입문자라면 파이썬 공부를 시작하는 게 가장 수월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파이썬과 키움증권 API를 이용한다면, 윈도우 환경에서 32bit의 파이썬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파이썬을 배우거나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점에 가서 파이썬 책 하나 아무거나 집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론
퀀트 투자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지식을 살펴보았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당신이 퀀트를 입문하기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 감이 잡혔을 것이다. 사실 크게 어려울 부분은 없기에 아마 대부분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공부하면 되고, 그 공부가 크게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필자는 당신이 무사히 입문하고 퀀트 투자의 고수가 되길 바란다.